기억의 향기

향기

향기는 강력한 기억의 매개체다. 한 번 맡은 냄새는 우리의 뇌속 깊은 곳에 깊숙이 파묻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그 순간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작은 꽃가게 앞을 지나가면서 풍겨오는 꽃향기가 나의 어릴 적, 할머니 집의 정원에서 놀던 날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 당시, 붉게 핀 장미와 할머니의 미소가 내게 안겨주던 따뜻함이, 그 향기와 함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살며시 피어나곤 한다.

 

비가 내린 뒤의 대기에 퍼진 땅의 냄새는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 당시 우산을 쓰고 서로 놀이를 즐기던 친구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그 땅 냄새가 뒤섞여 감각의 깊은 곳에서 재현된다.

 

커피 향기는 대학 시절의 밤샘 공부와 끝없는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때의 나는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무한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커피의 진한 향기는 그 시절의 나의 열정과 흥분을 오늘의 나에게도 전해준다.

 

향기는 간직하기 어려운 추억의 조각들을 우리에게 되돌려준다. 그 순간의 감정, 사건, 그리고 사람들. 모든 것이 그 향기 속에 담겨져 있다. 때로는 그 향기에 흠뻑 취해 그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기억의 향기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우리의 삶의 한 부분이다. 그 향기를 맡을 때마다, 나는 그 순간을 다시 한번 느끼며, 그 추억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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