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가장 무덥게 내리쬐는 여름날, 공원 한가운데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풀밭은 녹음의 향기를 풍기며 바람을 맞이하고, 작은 꽃들은 일렁이는 물결처럼 사람들의 발자국 아래에서 서로 인사를 나눈다. 그러나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푸르게 우뚝 서 있는 큰 나무였다. 나무 아래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무 아래서는 다르다. 여기서는 세상의 시끄러움과 분주함이 멀어지는 듯했다. 그늘은 마치 부드러운 이불처럼 내 몸을 감싸 주었고, 나무의 가지와 잎들이 속삭이는 소리는 내 귓가에 달콤한 노래를 불러 주었다.
눈을 감으면, 나무의 뿌리가 깊숙이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 뿌리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물과 영양을 끌어올리며, 나무를 지탱하는 힘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그 나무는 수많은 폭풍과 비바람을 견뎌내며, 여기 이 자리에 오랜 시간 동안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무 아래서, 나는 또 다른 생명들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땅에 떨어진 낙엽 위를 지나가는 개미들,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며 놀고 있는 작은 새들, 그리고 나무의 그늘에서 조용히 쉬고 있는 사람들. 나무 아래는 마치 작은 세상처럼, 다양한 생명들의 이야기와 꿈이 모여있는 곳이다.
나무 아래서의 시간은 느린 듯하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수많은 생명들의 순간과 기억이 쌓여가고 있었다. 나무는 그 모든 것을 조용히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가슴에 담아두고 있었다.
나무 아래서 보낸 그 짧은 시간은 나에게 귀한 선물처럼 느껴졌다. 세상의 시끄러움을 잠시 잊게 해주고, 내 안의 평온함을 찾게 해준 그곳. 그곳에서 나는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생명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