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이 인간의 두뇌를 발달시킨 이유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두 발로 걷습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생각하는 직립보행은 사실 인류 진화에서 아주 특별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단순히 걷는 자세가 바뀐 게 아니라 인간의 손을 자유롭게 만들었고 두뇌를 발달시켰으며 결국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존재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인간은 왜 두 발로 걷게 되었을까?

인간의 조상은 처음부터 두 발로 걷지 않았습니다. 약 6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초기 인류는 나무 위와 땅을 오가며 네 발로 걷거나 나무를 잡고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두 발로 서서 걷는 습관이 생겼고 결국 그 모습이 지금의 인간에게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죠.

과학자들은 인간이 왜 직립보행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을 제시해왔습니다.

기후 변화 가설

약 70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의 기후가 변화하면서 숲이 점점 줄어들고 초원이 넓어졌습니다. 나무 위에서 생활하던 조상들은 더 이상 숲속에만 머무를 수 없었고 넓은 평야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이때 두 발로 서서 걷는 것이 먼 곳까지 시야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맹수를 미리 발견하거나 먹이를 찾는 데 유리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에너지 효율 가설

네 발로 걷는 것보다 두 발로 걷는 것이 에너지를 덜 소비합니다. 특히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데 직립보행이 더 유리했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2007년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팀은 침팬지와 인간의 걷는 방식을 비교해 직립보행이 에너지 소비가 훨씬 적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밝혀낸 바 있습니다.

손 사용 가설

두 발로 걷게 되면 손이 자유로워집니다. 나무를 붙잡거나 땅을 짚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러면 손으로 도구를 쥐거나 음식을 나르거나 무언가를 던질 수 있게 됩니다. 이런 행동은 생존에 큰 이점을 주었고 점점 두 발로 걷는 개체들이 선택되어 살아남았다는 설명입니다.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생긴 신체 변화

  • 척추가 S자 형태로 굽어 몸의 무게를 잘 지탱하게 되었고
  • 골반은 넓고 짧아져서 다리를 잘 움직일 수 있게 되었으며
  • 다리뼈는 더 길어지고 강해졌습니다
  • 머리의 위치도 몸의 중심 위로 옮겨져 균형을 잡기 쉬워졌고
  • 무엇보다 손이 자유롭게 사용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손이 자유로워지자 발달한 뇌

도구를 사용하려면 단순히 손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무언가를 만들고 사용할 줄 알기 위해서는 ‘계획’이 필요하고 ‘기억’과 ‘판단’이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이런 능력은 전부 뇌의 활동입니다.

그래서 손을 자유롭게 쓰기 시작하면서 뇌도 같이 발달했습니다. 특히 ‘전두엽’이라는 뇌의 앞부분이 커졌는데 이 부위는 사람의 사고력, 집중력, 문제 해결 능력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도구를 만들고 사냥 계획을 세우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이 전두엽이 큰 역할을 합니다.

또한 손과 눈을 함께 써야 하는 활동이 많아지면서 ‘협응 능력’도 중요해졌고 이 과정에서 뇌는 더 정교하게 발전하게 됩니다.

 

연료를 많이 먹는 두뇌

인간의 뇌는 무게로 보면 전체 몸의 2% 정도밖에 안 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무려 20% 이상입니다. 즉 뇌는 아주 비싼 기관인 셈이죠.

그런데 직립보행은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덕분에 절약된 에너지를 뇌로 돌릴 수 있었고 두뇌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질 수 있었던 겁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지금처럼 복잡한 사고와 언어, 감정을 가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걷는 방식의 변화가 숨어 있던 것입니다.

 

사회와 언어의 시작

두 손이 자유로워지면 단순히 물건을 드는 것만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가능해집니다. 손짓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거나 도구를 함께 사용하거나 먹이를 나누는 등 사회적인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점점 언어로 이어졌고 더 큰 협력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냈습니다. 당연히 이런 복잡한 사회를 유지하려면 더 정교한 사고와 기억, 감정 조절이 필요했기 때문에 두뇌는 계속 발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두 발로 걷는다는 사실은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당연한 모습은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의 결과이며 인간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변화였습니다.

직립보행은 손을 자유롭게 만들었고 손의 자유는 도구의 사용으로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더 큰 두뇌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효율적인 걷기 방식 덕분에 뇌에 필요한 에너지도 확보할 수 있었죠.

결국 오늘날 우리가 사고하고 말하고 복잡한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주 오래전 우리 조상이 두 발로 걷기 시작했던 그 순간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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